대만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대만이라는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하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실제로 대만을 다녀오고 나서 느낀점은 대만만이 가지는 나라의 특수성을 크게 느낄 수가 없었고 중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감할 수 없었다. 물론 지식의 부족과 한정된 지역만을 둘러보고 게다가 4박5일이라는 짦은 시간동안 머물러있긴 했지만 대만이 가지는 그 나라만의 특성을 느끼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래서 대만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자료를 뒤져보다가 대만에서 활동 중인 GTC코퍼레이션의 대표가 대만 현지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대만 경제와 비즈니스와 관련 지어서 쓴 글이 있어 소개한다.

 

 

○ 대만인 이야기=대부분의 대만 사람은 온순한 편이고 우리에 비해 음주를 즐기는 사람도 적다. 그래서 대리운전 업체를 보기 힘들다. 아마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대만의 기성세대는 예전 한국과의 단교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 평상시에는 잘 드러내지 않지만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선거철이 되면 극우세력을 자극해 혐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대만의 의식 있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또 오버한다”고 비난하지만 언론과 정치인도 극우세력의 혐한 분위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여성과 젊은 층 사이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 기성세대들은 단교의 앙금이 스프링처럼 움츠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대만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대만 회사직원의 단편적인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책임감이 약하고 원리원칙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도리’가 없다. 그리고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굳이 1등을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만 속담에 ‘1등은 고기를 먹지만 2등은 국물을 마실 수 있고 3등은 설거지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인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비슷한데 대부분 나서지 않고 안전하고 조용히 2등을 하려는 성향이 강해 보인다. 1등은 고기를 먹겠지만 그만큼 힘들고 모험을 걸어야 하는 만큼 그런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대만인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만큼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지하철에서 소란이 벌어져도 무덤덤하게 바라보거나 모른 척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 몇 개월 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 때도 “대만인들의 이런 습성 때문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를 키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만사람은 해외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대만의 회사원은 돈을 모아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가는 게 낙이고 이런 트렌드는 보편화돼 있다.

 

 

○ 월급 이야기=대만에서 월급을 5만~6만 신대만달러 이상 받으면 고액 급여자에 속한다. 2014년 12월 환율을 기준으로 우리의 178만~210만 원에 해당되는 돈이다. 월급이 10만 신대만달러가 넘으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이사급 수준이다. 그리고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과급이라는 것이 있어서 잘 나가는 IT 관련 기업은 5만~8만 신대만달러의 월급에 스톡옵션으로 연말에 주식을 받으면 단번에 수십만 신대만달러를 넘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만에서 각광받고 선호되는 직업 중 하나가 공무원이다. 복지도 좋고 평생직장 개념이라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공무원의 10년차 월급은 4만~5만 신대만달러다.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2만2000신대만달러짜리 사회 초년생도 대만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돼 TV 토크쇼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딱 부러지는 해결책은 없다. 이런 저임금 구조 속에서도 대만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물가가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15년 가까이 월급이 제자리걸음인데 비해 전반적인 물가는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꽤 안정적이다. 지난 12월 초순을 기준으로 1리터짜리 생수가 우리 돈으로 1000원을 약간 웃돈다.

 

○ 집값 이야기=대만의 ‘미친’ 집값에 대만 사람 스스로도 놀라고 있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만의 젊은 층은 주택 구매를 외면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격이 비교적 싼 도심외곽 쪽에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만의 은행 이자율이 낮고 저소득층의 신혼부부에게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고 있어서 이를 적극 이용하려는 젊은 층도 있다. ‘미친’ 집값이지만 맞벌이 세대는 월세를 좀 더 보태면 장기 저리 대출로 외곽 쪽에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평생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만 정부가 1가구 2주택에 중과세를 부과하겠다고 해도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TV를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 중과세를 감수하고라도 부동산에 투자해 재미를 보겠다는 의지’라는 내용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시중의 여유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에 몰리기 때문에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자금이 꾸준하게 유입돼 대만의 주택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대만의 현행법상 중국의 개인이 주택을 살 수는 없지만 대만사람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 복지 이야기=한국과 대만의 복지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대만의 경우 복지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만의 육아수당은 벌써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반면 우리는 3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사병의 의무 복무기간은 12개월이다. 모병제로 바꿀 것이라는 입법 예고는 하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실행은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의료비도 우리보다 저렴한 편이다. 대학 등록금도 한국보다 많이 낮은데 국립대의 경우 5만8000신대만달러로 우리 돈 200여 만 원 정도다.

 

○ 외제차 이야기=처음 대만에 가본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수입 자동차가 많지?’ 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면서 ‘대만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으니까…’ 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만에서도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로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이 조립 생산 중이며 대만 자체 브랜드인 ‘럭스젠’도 있다.

 

대만에는 중소기업이 많다 보니 소위 돈 좀 버는 중소기업 사장도 그만큼 많다. 15년간 직원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아서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은 그만큼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로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에서의 잉여이익이 고급 자동차 구입으로 이어져 고가의 수입 승용차를 타는 중소기업 사장이 많다.

 

○ 관광 이야기=‘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지면서 대만은 한국인들이 손꼽는 해외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이런 공로로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프로듀서는 대만 정부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대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오려고 해도 ‘꽃보다 할배’ 때문에 비행기 티켓 사기도 힘들고 티켓 값도 올랐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만에 관광을 오는 해외 여행객 중 으뜸은 본토 중국인이다. 2013년 한해 동안 중국의 단체 관광객 수는 168만 여명, 개인 관광객은 52만 여명을 각각 기록했다. 대만 입출국이민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10일 현재 중국인 관광객 중 단체 관광객이 195만 명, 개인 관광객이 110만 명인데 개인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대만의 여행사들이 싼 가격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했으나 마진이 적고 사업성이 떨어져 단체 관광객을 외면한 영향도 있지만 본토 중국인들이 돈을 더 쓰더라도 단체여행의 단조로움에 벗어나 자유여행을 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 개인 관광객의 거주지역은 상하이, 베이징, 선전, 광저우 순으로 대도시에서 많이 방문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국내의 치안 유지와 혼란 방지를 위해 중국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하루 쿼터가 5000명이다.

 

중국 관광객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아리산과 일월담이다. 이 두 곳은 중국 교과서에도 등장하고 동요나 시에도 자주 나와 중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한다. 타이웬 인근에 위치한 장제스 총통의 묘지에도 많은 중국인이 몰리고 있다.

 

○ 장사 이야기=대만은 우리와 달리 전세금, 권리금 제도가 없어서 가게를 빌릴 때 2~3개월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면 점포를 임대할 수 있다. 목돈 부담 없이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금과 권리금이란 ‘목돈 장벽’ 때문에 쉽게 장사에 뛰어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한국의 적지 않은 중소 상인이 치킨집과 분식점, 옷가게를 열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반면 아무런 계획과 연고도 없이 무턱대고 진출했다가 고생만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중국어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고 대만의 문화와 성향을 잘 모르다 보니 실패를 하는 것이다. ‘사전에 철저한 시장조사와 충분한 조언, 사전 체험이 있었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아이템 선정과 좋은 자리가 장사의 성패를 가르겠지만 대만에서의 창업은 아직도 매력적인 도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대만기업 이야기=우리나라와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제품이 많지만 경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만큼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우리 경제는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정부 정책도 대기업을 많이 지원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만에는 대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대만의 많은 기업인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게 “한국 정부는 기업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데 대만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는 푸념이다.

 

대만 경제를 들여다보면 중소기업 위주로 정책을 펼친 것도 맞지만 10여 년 사이에 우리의 대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 여럿 자리를 잡았고 전자부품과 전자산업 쪽에서는 한국의 대기업과 경쟁할 정도로 기술과 시설, 규모를 갖춘 곳도 많다.

 

특히 대만 전자업계의 대기업은 자체 브랜드보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일이 많아 우리가 체감하는 경쟁의 정도는 실제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대만 기업은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 일부 공장은 대만에 있지만 많은 공장을 중국에 두고 애플·GE·필립스·NEC 같은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대만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 역시 우리보다 낮아서 자체적으로 해외 바이어 발굴과 글로벌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강소기업도 꽤 된다.

 

 

 

○ 한국기업 이야기=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편성돼 있지만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대기업도 있다. 대만 전자산업 가운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품목은 집적회로(IC) 설계, 자동화 기계, 파운드리 반도체, 스마트폰용 카메라 렌즈 등이다. 또 강소기업 종목으로는 오토바이, 자전거, 기계부품, 베어링, 자동차부품, 오토바이부품, 스피커 등이 있다.

 

우리 대기업을 포함한 전자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핵심 부품은 대만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만의 일부 대기업은 한국 대기업과 거래하기를 꺼린다. 실제 일부 대만 기업은 한국의 특정 대기업에 대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대만 업체에게 대량 주문을 할 것처럼 견적을 받은 뒤 생산초기 단계에서 주문물량을 확 줄여버리거나 부품 개발이 끝나가는 단계에서 계약을 취소해 신뢰를 잃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만의 일부 업체는 한국 대기업이 주문을 전제로 부품 개발을 요구해도 “돈을 줘야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현재 대만의 전자부품 업계는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NEC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 대기업의 주문 ‘러브콜’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확실하게 주문을 받을 부품만 골라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대만 비즈니스 이야기=대만 사람의 기질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우리는 성질이 급하고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반면 대만 사람은 느긋하게 짠 틀에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실례로 한국의 물류회사가 대만 물류회사에게 일을 맡겼는데 통관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 한국 업체가 일정 등을 물으면 대만 업체는 “관세사에게 물어보고 연락하겠다”고 한 뒤에도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국 업체가 재차 질의하면 그때도 “관세사가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알려줄 텐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고 반문한다. 한국 물류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관세사에게 수시로 전화해보고 고객에게 상세한 상황을 설명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또한 대만 회사의 직원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눈에 열정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기본적인 틀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비즈니스라는 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업무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대만인들의 기질 때문에 두 나라 기업들은 서로 직접 거래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대만 대기업은 한국 전담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직접 거래를 꺼려한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과 대만 회사가 거래할 때는 중간에 에이전시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에이전시는 대만에서 주재원을 했거나 대만에서 살면서 한국어가 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부드럽게 일을 해 나갈 수 없다. 에이전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양국 기업은 잘 알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래도 그 비용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서로 에이전시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