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시험 스트레스였을까, 시험기간 중간에 낀 주말에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컨디션 조절을 한다고 6시간 이상은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늘 먹던 비타민도 다 먹었다. 몸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정신에 이상이 오고야 말았다. 몸과 정신이 딱 잘라 두 개로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그것이 정신으로 전이된 상황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건 간에 시험 두 개를 남겨둔 상황에서 나는 스스로 자책이라는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분명히 내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점점 더 심하게 스스로를 괴롭혔다. 원인을 한 가지 꼽으라고 하면 시험 스트레스라고 말하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었다.
정신의학과를 찾아가는 대신 내가 택한 건 독서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바로 자기 계발서와 같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국내 베스트셀러를 둘러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꿈꾸는 다락방’이다.
예전부터 익히 들어봤던 제목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내용도 물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역시 독서의 매력은 책을 펼치고 나서 느끼는 저자와의 의사소통에 있다. 추상적인 그림 같았던 내 생각들을 저자의 생각과 맞춰보면서 느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생생하게 꿈꾸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그리다보면 어느새 내가 그 모습과 일치하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 이지성은 역사적인 인물들을 예로 들어가면서 R=VD라는 공식의 힘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나폴레옹이 어렸을 적부터 R=VD공식을 사용했다는데, 물론 명확한 근거 없이 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분명히 그랬다고 하니 좀 당황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도 R=VD가 헛소리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25년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다. “그건 니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거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니까’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된거다.
대표적인 예가 내성적인 성격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너무 내성적인 게 문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스스로를 내성적인 사람으로 정의 내렸다. 내성적인 성격이 딱히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마치 단점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내성적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부정적인 VD를 해온 것이다. 한달 전부터 고등학교에 나가서 멘토 수업을 하는데, 매번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을 자연스럽게 잘 이끌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내가 칠판에 판서를 해가며 유창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VD를 제대로 못 한 날에는 수업이 힘들어지고, VD가 잘 된 날에는 수업이 술술 풀린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이다. 항상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었던 내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R=VD공식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공할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건 절대로 자만심이 아니다. 미래에 성공한 내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만족스럽고 멋진 삶이다. “나는 실패할거야. 보통 사람들처럼만 살면 되지.”라는 자조적인 말들은 그만두고, 사소한 모든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Write by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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